의지박약도 병인 걸까. 일만 잔뜩 벌려놓고는 끝맺는 일이 좀처럼 없다. 몇 달 전 일본어 공부를 시작하겠다는 당시의 다짐도, 2주에 한편 글을 꼭 쓰겠다는 다짐도, 월에 1회는 꼭 일기를 쓰자던 다짐도 어쩌면 어떤 계기가 있어서 먹었던 마음이렸건만, 결국은 또 하나하나 포기하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월간 일기마저 손을 놓아버리는 사태가 벌어지고 말았다. 어렸을 적 그토록 쓰기 싫어하던 방학 일기는 고새 잊고 기어코 내 손으로 어른일기를 시작하고, 또 이렇게 놔버린 것은 어쩌면 어렸을 적부터 가지고 있던 나의 병이 이제는 만성이 되어 골병이 들어버린 것일지도 모르겠다. 관계가 그토록 중요하다더니 그 안정감을 팽하고 스스로 불안정한 관계를 택한 것도 어쩌면 이 몸뚱이에 남겨진 골병을 탓해야 하는 것일지도. 좀처..
출근하기 싫다
남들이 볼때 내 색이 너무 궁금해서
정말 정말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만, 아마도 11월 일기에 기록해야할 만한 것들이라 작은 일들(?)만 기록합니다. 글쓰기 모임이라는 것을 처음 가입했습니다. 이 블로그를 시작한 것도 그렇고, 글쓰기 모임에 가입한 것도 그렇고, 무언가를 글로 꾸준히 작성하여 남기는 것에 관심이 많았던 탓입니다. 꼭 글을 잘 써야만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, 내 마음 속 이야기는 나만 적을 수 있기에 이제서야 이것저것 글쓰기에 관련된 것들에 관심이 갑니다. 예전에 인스타그램을 시작한 연유도 이와 비슷합니다. 글솜씨는 없고, 뭔가 남기고는 싶은데 그렇다고 남들이 주기적으로 확인하는 SNS에 이런저런 주제를 가진 글을 쓰거나, 일기처럼 쓸 수는 없었습니다. (그럴 수 있지만 왠지 부끄럽다고 할까요..) 긴 글을 쓰는 것에 익숙치 ..
결국 다 지우고 한 줄만 남기는 마당에.
격자 사이로 수양버들이 스스스스 제 몸을 떨면 밤이 늦도록 잠 못 이루는 여인은 노래에 기대어 우네 잔 꽃무늬가 가득 수 놓인 소맷부리를 동여맬 때 철없던 소녀는 내 님이 오시길 빌었다네 어찌 잊으라 하십니까 그 빛나던 한 때를 그저 다 잊으라 하면 까맣게 잊힐 줄 아십니까 나를 부르던 목소리 이제와 간 데 없고 새처럼 훨훨 날아가신 님이여 어머니의 등에 업혀서 듣던 곡절의 의미를 알겠노라 여인들이 소녀에게 꽃들이 새에게 부르던 노래 너를 사랑하지 않는 이에게 사랑을 구하지 말 지어라 어떤 사람들은 죽는 순간까지도 사랑을 몰라 안개 자락이 푸른 옥빛을 처마 위에 새기고 가면 뒷문 밖에는 잠 못 이루던 누이가 부르는 갈잎의 노래 비단 물결은 달을 따라서 세상을 두루 다니는데 누이는 어느새 한 폭의 그림이 ..
뭐든지 포기는 쉬울 줄 알았는데 어려운 포기도 있다는 점. 포기는 배신 안하니까